100만원 소액대출 :: 수시6관왕의 입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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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학과모집 글로벌리더학과 최초합(=삼성장학금2년)

 

완벽한 6관왕은 아니지만 연대 면접형 충원율 몇 개년 보면 합격권이기에 미리 6관왕 했습니당 

중3때 담임쌤이랑 투닥거리며 수도권에서 난 상위권 특목고를 쓰고 싶어했고 담임쌤께선 하위권 외고를 권하셨다.

 
외고 진학이라는 자체가 평범했던 나의 중학교 삼년을 돌아보면 내게 정말 행운같은 일이었고 불안과 나 자신에 대한 끊임 없는 걱정과 실망에 붙잡혀 있던 나는 담임쌤 말을 따라 하위권 외고를 썼고, 성적 덕분인지 면접을 기억 안 날 정도로 망친 내게 합격증서가 왔다.

 

주변 사람들은 축하해줬지만 나는 그냥 두려웠다. 높은 학비와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못 미칠까봐. 중2까지만 해도 틈만 나면 화장하고 놀러다니며 시험기간에만 잠깐 바짝 공부하느라 정신 없었던 내가 과연 뭔가 이룰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냥저냥 입학했고, 다 다른 지역에서 온 친구들이 낯설었지만 확실히 느낀 건 딱 하나,  '그동안의 나를 모르던 사람들 속에 던져진 건 기회니까 이걸 잡아야 한다.'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약간의 일탈도 해보고 즐겼지만 정말 해이해진 분위기에서도 첫 시험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아무도 없는 학습실에 불을 조용히 키고 새벽까지 버텼고 처음으로 몰려오는 잠을 수긍하지 않고 이겨냈다. 

 

자연스럽게 잃게 되는 게 많았다. 중학교 친구들과의 연락도 소홀해졌고 건강관리나 뭐 당연하지만 중학교때 쩔쩔매던 이성교제는 안중 밖으로 나가버렸고... ((이건 좀 후회되긴 함 학생시절 제대로 된 연애 한 번쯤...누구나의 로망이잖아요?
 

첫 시험에서 1점 중반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받았다. 무려 학과 장학금도 받았다. (물론 살짝 포기했던 수학 4등급만 제외하면 완벽했지만)

 

첫 시험을 보고 너무너무 무서웠다. 노력할 땐 성과를 얻기만 바랐지만 막상 얻고 나니 잃기가 두려웠다. 시험 후 첫 상담때 담임쌤께 펑펑 울며 그렇게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내가 이런 성적을 받아도 되냐며, 떨어지면 어떡하냐며 걱정을 마구 풀어냈다. 

 

누가 보면 진짜 재수없다라고 할만하지만 그 엄청난 두려움과 상실에 대한 불안때문에 속얘기를 잘 하지 않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끙끙 앓았다. 과거의 평범했던 나는 거울이 되기도 하지만 내 발목을 잡기도 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래도 혼자 이겨냈다. 두려움을 원동력으로 삼았다. 덕분에 수학도 두 등급을 올렸고 진짜 중학교 때 절대평가도 B만 받던 내가 수학도 할 수 있나보다 와 나 진짜 뭐지? 이런 생각에 아마 1학년 2학기를 마쳐갈 때즈음에야 현재의 나를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 꿈에 대한 의식도 노력에 한 몫 했다. 그냥 자주 마주치는 직업인 교사에 대한 동경이 꿈이 됐던 중학생때와 달리 조금 거시적으로 내 교실과 내가 듣는 수업을 보며 , 그리고 입시 길을 걸으며 자신한테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실망하는 주변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교사가 되고 싶었다. 막연히 그냥 마음에 꽃가루처럼 휘날리는 그런 결심이었다.

 

그리고 그냥 역사가 너무 좋았다. 기억하지 못하면 잊혀진다는 게 마음 아프고,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고, 책 읽는 걸 좋아해 문헌자료 찾아보는 걸 좋아했고, 사람들 이야기 듣는 걸 좋아했으니까. 그냥 나한테 딱이었다 아주.

 

2학년 담임쌤이 내 수험생활 터닝포인트였다. 교육학테마수업을 그 분께 들으며 색다른 관점과 깊은 깨달음을 여러 번 주셨던 분이라서 너무 영광이었고, 또 다시 내게 주어진 행운이라 생각했다. 자랑스러운 제자가 되기 위해 2학년은 정말... 어찌 지나갔는지 기억도 안 날만큼 열심히 살았다. 

 

저녁도 3주 전부터는 굶고 열 시간 넘게 면학실에 엉덩이를 고정한 적도 많았고 시험 5주전부터 아마 내 눈의 초점에서 책이나 프린트의 글자가 안 보인 시간은 식사 시간에 자는 시간까지 다합쳐도 하루에 4시간도 안 될정도로. 그냥 아무때나 무자비로 공부했다. 

 

내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충분한 영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랬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수업과 정말 하고 싶은 학생들과의 이야기를 해내는 교사가 되기 위해 그랬다.

 

약 1.0에 수렴하는 2학년 두 학기 성적은 그렇게 만들었다. 장학금도 여러 번 받았고, 아 근데 한 번은 못 받았다. 왜인지는 정말 모른다. 1.07의 성적을 받았는데도 모의고사 성적도 아주 떨어진 편도 아니었는데 너무 억울했다. 지금와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러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그런 것 같단 생각이 들지만 아무튼 너무 속상했다. 학비는 너무 부담됐고 형편이 아주 넉넉한 건 전혀 아니었으니까 무언가의 사명감은 있었던 듯 싶다.

 

2학년 끝나가는 겨울방학에는 고대 최저가 날 고생시켰다. 전교권이면서도 그동안 모의고사성적이 너무 부족하다며 구박을 여럿 들었고 나도 인식하면서도 내신에 목매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정말 내가 최저를 맞추기 위해 수능 공부를 시작한 건 솔직히 겨울방학때가 거의 최초다. 

 

늦은 만큼 달려야 했고 그때의 나를 되돌아보면 잘 해줘서 고맙다고 백 번 말해주고 싶을 만큼 만족했던 시기였다. 그렇게 어영부영 말로만 듣던 고3이 되고, 크게 달라진 거 없이 공부했지만 고3이라는 타이틀이 뭔가 대단하긴 한가 보더라. 정말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이전과 다른 기세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비슷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난 조금 뒤처졌다. 당연한 결과지만 학습 효율이 부족하고 단순무식하게 시간과 양만 추구하는 노력파인 나에 비해, 그동안 똑똑하지만 눈에 띄는 노력은 안 보였던 친구들이 바짝 공부하며 상승세를 타는 걸 보니 솔직히 조금은 배아팠다.

 

그래도 어쨌든 성적이 오르락내리락했어도 총합 전교1등이라는 명예로운 성적을 받고 원서접수 준비하며 학과를 선택했다. 다른 데는 거의 선택을 끝내가는데 서울대가 문제였다. 전국에서 6명 뽑는 역사교육을 소신있게 쓸 것인지 그 두배를 뽑는 12명, 국사학을 쓸 것인지. 

 

사실 난 그때 내가 국사를 선택했다면 어땠을지 상상이 안 간다. 정말 내 진심이 온전히 향하는 곳이 아니지만 대학 네임 하나로 달렸으려나. 결과적으로 찝찝한 걸 딱 질색하는 내 성격상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역사교육을 썼고,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올해 전체적으로 역사교육 경쟁률이 서울대 고려대 등등 많이 세졌다. 터졌다 하하. 

 

담임쌤도 거의 날 포기한 눈치였고 주변 친구들도 놀랐다. 왜 낮춰쓰지 않았냐고 의문이라는 무언의 분위기. 학교 가기 싫었던 게 아마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거다.

 

그렇게 사실상 수시가 끝나고 수능 전에 있던 연대 면접을 두 개 준비하며 고대 최저와 이별하는 기분을 여러 번 겪었다. 멀티태스킹이 정말 심하게 안 맞는 타입이라... 면접준비와 수능공부 병행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학원과 학교를 오가며 정신없이 준비하던 면접 다 끝나니 수능이 2주 남았다고 하더라. 청천벽력. 와르르. 어느 정도 해왔단 생각은 했지만 6,9모로는 간신히 3합5를 맞췄기에 수능 특유의 긴장감이 더해지면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라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개미 눈곱같은 희망을 갖고 무작정 공부를 시작했다. 수시 준비하는 많은 친구들에 의해 흐려진 분위기에서 버텼다. 무려 면학시간 종이 치고서도 이어폰으로 소음방지 음악을 들으며 집중했던 기억이 난다.

 

수능 날 국수영탐1탐2 순서로 21111을 받았고 꿈 같았다. 영어는 3학년 때 2를 불안하게 유지하다가 받은 성적이라 더 값졌고 국영수보다는 탐구에 빠져 살던 내게 탐구 두개 만점은 말 그대로 보상이었다.

 

여기까지 쓰니 좀 힘들다. 이후 면접이 있는 5개 대학 1차를 운좋게 붙어 수능 이후 있는 3개 면접을 위해 수능 끝나고 제대로 바닥난 내 체력을 쥐어짜서 준비했고 모두 끝냈다.

 

허무하기도하고 홀가분하기도 하다. 글로는 모두 못담은 내 노력에 비춰보면 내가 받은 결과들은 얼추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싶다가도 아직은 과분한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면 서울대 합격은 아직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평범한 중딩인 내가 아주 조금은 남다른 3년을 보내며 느낀 것은 

 

1. 내 소신이 최고다. 꿈으로 이끄는 것은 두뇌가 아니라 심장이다. (와 너무 오글거려 죄송해요ㅠㅠ)

2. 노력은 어떻게든, 언제가 되든 보상 받는다.

3. 무언가에 깊이 빠지면 얻는 것도, 잃는 것도 참 많다.

4. 보잘 것 없는 과거에 붙잡혀있기보다 그 과거를 바꿀 내 자신을 믿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