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소액대출 :: 허망합니다

제목엔 허망한게 정상인듯 싶다고 얘기했지만, 물론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해온 노력이 다르기에 누군가는 굉장히 만족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저처럼 허망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 전제에는 일단 그 어떤 대학교도 비하하려는 마음이 없다는 것만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일단 전 서강대 심리학과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예비 1번을 받았고, 어제 댓글로 어떤 분께서 빠진다고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아마 이번 주 토요일에 추합이 되겠군요. 물론 서강대도 국내 최고 대학을 얘기할때 빠지지 않는 대학이고, 절대 꿀리지 않는 대학이란 것을 압니다. 누군가에겐 정말 가고 싶은 대학일 것이고요. 그 와중에 저는 조금 허망하네요.



수능 결과를 얘기한다면, 국어는 문학에서 이상한 실수를 많이 해서 한문제 차이로 3등급이 나왔습니다. 수학은 1등급, 영어 또한 거의 처음으로 2등급 맞았습니다. 꾸준히 1등급이었는데, 이것도 너무 아쉽더라고요. 가채점을 이렇게 하고, 계산을 해보니, 생윤과 사문이 둘다 2등급 이상이 떠줘야 서울대와 고려대를 맞춰야하는 상황이었고, 생윤과 사문은 거의 1등급 혹은 못보면 2등급을 맞아왔기에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맞췄겠지'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사탐 정답이 올라오고, 생윤을 먼저 채점했습니다. 47점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1등급 아닐까?'라는 생각이었고, 사문은 고정 1등급이었던지라 큰 걱정을 안하며 채점을 했습니다. 43점이 나왔고, 숨이 멎는 느낌이었습니다. 채점하자마자 지금까지 공부한게 정말 다 스쳐지나가는 기분이더라고요. 생윤 1등급에, 사문 2등급이면 그래도 맞춘거다라고 생각하며 등급컷이 올라오길 기다렸습니다. 학교 선생님, 학원 선생님, 부모님에게 계속 전화가 왔지만 아직 등급컷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예상 등급컷이 다 올라온 후엔 더 연락을 받고 싶지 않더라고요.



최종적으로 생윤과 사문 모두 1점 차이로 각각 2등급과 3등급이 나왔고, 특히나 사문 3등급은 처음 맞아보는 등급인지라 꽤나 충격이었습니다. 둘 중 하나라도 등급이 올라주면 고려대는 맞추는 최저였고, 사문이 올라주면 서울대와 고려대 둘 다 맞추는 최저였기에, 희망을 가지고 수능 후 지방에서 서울까지 면접학원도 다녔습니다. '혹시 오르지 않을까'하고요.



결국엔 등급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미 어느정도 체감하고 있었고, 친구들과 부모님, 선생님들에겐 '뭐 어쩔수 없죠'라며 그냥 넘겨왔습니다. 무감각해진 줄 알았습니다. 무감각해진 것이 아니고, 애써 무감각해진 척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기준으로 그저께 서울대가 조기 발표를 했고, 어제 고려대가 발표를 했습니다. 주변 친구들 중 서울대와 고려대 붙었다며, 서울에서 보자는 친구들의 연락이 하나둘씩 오기 시작했고, 진심으로 축하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허망함이 찾아왔습니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고,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대학에, 원하는 학과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운이 따르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열심히 노력했다고 생각하는 '척'을 하는 것인지.



어제 밤에 친구 한명이 위로를 해주면서 '아모르파티' 얘기를 하더라고요. 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뜻이죠. 아직은 제 운명을 사랑하지 못하겠습니다. 나름 자신해왔습니다. 이 나라에서 제일 열심히 한 고3들의 이름을 나열한다면, 그 안에 내가 있을 것이라고. 그에 비해 결과가 제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서 당연히 허망한거겠죠. 노력해온 시간이 길고, 그 시간 동안 열심히 해온것들이 한 순간에 끝나니까 당연히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일거고, 생각한 기준에 미치지 못해서 이런 감정이 드는건 당연하겠죠.



사람이 참 모순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머리로는 아는데 행동이나 마음으로는 못받아들입니다. 또한, 남의 일에 위로를 해주거나 조언을 해줄땐 저도 참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거기에 진심을 섞어서 조언과 위로를 해주었는데, 정작 제 일엔 위로가 안되네요. 



물론 제 대학 생활이 기대됩니다. 못간것도 아니고, 솔직히 말해서 주변 친구들 중 아예 다 떨어져서 재수학원 알아보고 있는 친구들도 많은 상황에, '그나마 나은건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가서 잘할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나름 적응 잘하는 스타일이라 적응도 잘할것 같습니다. 하지만 허망함은 남아있네요. 목표를 잡고 쭉 달려왔는데, 한순간에 끝나버렸고, 달성도 완벽히 하지 못해서 그런거겠죠. 



저와 비슷한 상황인 친구들도 꽤 있고, 제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저 같은 상황이신 분들도 계실 것이고, 저보다 심하신 분들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허망한게 정상인듯 싶습니다. 그 와중에도, 이 마음 빨리 떨쳐내고, 제 할일 찾아서 가야겠죠. 저와 비슷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모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또, 내년이나 내후년에 수능을 보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원하는 곳으로 모두 갔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히 있을겁니다. 그런 상황에 처하더라도, 낙심을 하더라도, 그 마음 차라리 빨리 오라고 하고, 떨쳐낼 수 있는 사람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뭐, 어쨌든, 그래도 고비 하나는 넘어왔으니, '열심히 하자'라고 머리에 박고, 정말 더 열심히 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만이 답이겠죠. 지금까지 달려오신 고3분들, 재수생분들,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미래를 위해, 더 수고해 나가요, 우리.



(혹시 이 글을 읽으시고, 불편한 마음이 드신 분이 계시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남깁니다. 극히 제 주관적으로 얘기를 풀어나갔기에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편하시다면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